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6시 반쯤에 기상하여 대충 세수만 하고 나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온 나를 반기는 맑은 날씨와 햇살을 받으며 여수 엑스포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엑스포역 옆에 위치한 여객 터미널에서 나는 8시 30분 배를 탔다. 배 안의 시설은 작은 카페와 뷔페 느낌의 식당이 하나 있었다. 매점은 당연히 있었고, 위층에는 오락실도 있었지만 이용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탔던 날엔 선내 공연이 있었고, 나는 공연을 즐기기 보단 선상에서의 아침을 즐기고 객실로 돌아와 시간을 보냈다.

 13시30분. 배가 제주도 연안에 도착했다. 금방 내릴 거 같아 짐을 챙겼다. 하지만 연안에서 3~40분 가량 머물더니 내리고 난 시간은 14시 30분 이었다. 원래 집에서 짠 계획은 13시 30분에 내려 제주도 연안항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조금 늦게 내리는 바람에 점심을 포기하고 그냥 자전거를 탔다.

 항에서 나와 길을 가는데 ! 어째서! 하필! 내 첫 여행에! 도로공사를 하냐고!!’라는 생각을 하며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전날 밤 국토종주를 했다는 분의 말이 생각났다. “제주도는 길도 별로고 무엇보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타기 힘들고, 자전거 여행에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저는 제주도 종주를 포기했었거든요...” 라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보낸 어떤 관광객 형의 말에 나는 괜찮을 거라고 대답했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마음을 뿌리치고 고등학교 때 제주도 이동학습을 했던 길을 생각하며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길을 달리면 달릴수록 여수에서 만났던 분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왜냐하면 자전거 도로에 갓길 주차마냥 불법주차가 많아 자전거 여행객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가야하는 일이 계속 되었다. 짐을 싣고 가던 나는 조금은 불안한 감을 가지고 계속 달렸다. 그래도 중, 고등학교 때부터 자전거 국토순례를 했던 경험이 있고, 평소 아침에 매일 수영을 다녀서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러다 첫 여행 제주도에서 첫날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화장실을 잠시 갔다 온 사이 가방에 있던 지갑을 털린 것이다. 물론 지갑에는 현금 5만원 정도 있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른 비상금들은 각각 가방에 분산 되어 있었고, 카드와 보안카드, 면허증 같은 경우는 내 휴대폰 지갑 안에 들어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래도 첫 여행에 지갑을 털려서 인지 점심도 잊고 약 1시간 가량을 넋 놓고 그냥 길 따라 자전거를 달렸다. 사실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화장실을 다녀온 후 약 20km를 더 달리다 배가 너무 고파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지갑을 찾다 그때서야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눈치를 챈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넋을 놓고 달려서 인지 주변 사진은 찍지 못했다.

이후 일단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가족들에게 알리고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 아직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할 곳이 많고 방문하려고 하는 곳이 많이 있는데지갑 잃어버린 걸로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에 정신차리고 다시 달렸다.

 식당에서 밥을 못 먹어서 인지 너무 배가 고팠다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오늘은 원래 텐트치고 야영을 할 계획이었다그래서 지갑은 잃어버렸지만 여행을 즐기기 위해 편의점에서 김밥과 라면 그리고 음료수를 사서 자려고 했던 수월봉으로 향했다거리뷰 상에서의 수월봉은 정자가 있어 텐트를 치고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았다그래서 조금 더 힘내 달렸다

 수월봉이 아무래도 이다보니 올라가는 경사가 굉장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정말 각도가 화려했다. 자전거에 짐도 달려 있어서 무게 중심이 뒤로 가 있는 상황에서 정말 타기 힘들었다. 그래도 거기만 올라가면 해 지는 노을도 보고 좀 힐링을 하면서 잘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천천히 한발 한발 폐달을 밝고 올랐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나는 뿌듯함보다 멘붕을 먼저 받았다. 올라갔더니 수월봉은 공사중 이었고, 잘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일단 지갑을 잃어버렸던 충격이 있어서 인지 정신 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수월봉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는 다음 날 가려 했던 모슬포 항까지 20km를 이 날 추가적으로 더 달렸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배에서 내리는 시간도 1시간이 더뎌지고 길도 별로 안 좋고 더군다나 잠시의 실수에 지갑도 잃어버리고, 원래 야영 하려고 했던 곳은 공사중이고, 굉장히 멘붕의 연속인 하루였다. 추가적으로 더 달리게 된 20km의 거리는 너무 지처버린 나한테 굉장히 먼 거리였다. 평소 상태였다면 20km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였으나, 너무 지쳐있던 나에게는 굉장히 먼 거리였다.해가 지는 모습이다. 정말 이뻤다. 멘붕이 온 나에게 따뜻한 위로같았다.

 하늘은 이런 나에게 보상 해주 듯 멋진 야경을 보여주었고, 밤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모슬포 항 주변에는 해수욕장과 함께 야영장이 있었는데, 나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해도 떨어진 후였고, 혼자 텐트 치기엔 너무 정신적으로 힘들어 야영장 주변에 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둘째 날이 흘러 갔다. 제주도에서 다녀오고 5일이 지난 23일 제주 경찰서로부터 우편물을 받았는데, 그 안에는 나의 신분증과 지갑이 있었다. 너무나 행복했다.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고 내 지갑을 찾아준 제주서부경찰서 생활질서계에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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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는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졸업 이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지내며,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5월 연휴기간에 아빠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씀 하셨고, 나는 아무래도 혼자 하는 첫 여행이다보니 두려움 반 설렘 반 이었다. 첫 여행이어서 정말 꼼꼼하게 짰다. 코스를 짜고 저녁은 어떻게 먹을건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전부 계산하여 준비했다. 13일부터 18일까지의 5박6일의 여행이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것만이 아니라 중간엔 야영도 할 계획으로 텐트와 침낭도 들고 갔다.

준비 기간으로 부터 1주일이 지나고, 13일 오후에 짐들을 가지고 마산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마산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여수로 가는 이유는 작년부터 부산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가 없어졌다. 그래서 여수 엑스포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엔 배 자리가 없었는데 여수 엑스포 여객선 터미널에는 자리가 굉장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여수로 가는 것이다.













 여수에 도착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내가 이번에 묵었던 곳은 24guesthouse 라는 곳 이었는데 원래는 엑스포 안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려고 했으나 여수엑스포게스트하우스는 예약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엑스포 맞은편에 있는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게 되었다.

 내가 자는 객실은 4인 남성 도미토리룸 이었다. 첫 여행이다보니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룸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 지냈던 터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처음 내가 들어갔을 땐 방에 아무도 없었다.

 2층 침대가 2개가 있고 각 방마다 와이파이(WIFI) 가 있어서 굉장히 편안했다. 문 앞에 있는 침대 2층이 내 자리였다. 괜찮은 시설에 카운터에 계시는 직원분의 친절함도 별 5개 만점을 주고 싶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짐을 대충 풀고 엄마와 통화 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은 엑스포 주변으로 식당을 검색했고, 혼밥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많은 식당들이 문 닫은 곳이 많았으나 다른 블로그에 올려져 있던 식당은 다행히도 열려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블로그 평에서는 음식이 많이 짜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조금 짜게 먹는 편이기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일반 백반을 시켰는데 김치찌개와 함께 미역국이랑 여러 밑반찬이 나왔다. 다른 블로그의 평 대로 정말 짰다. 매운 걸 잘 못먹는 나에겐 정말 맵고, 짜서 힘들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다보니 맛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며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랑 후식을 좀 먹을까 생각도 했지만 여행 첫날부터 돈을 많이 쓰는 건 아닐 거 같다는 생각에 그냥 밥만 먹고 숙소로 들어왔다. 들어와서도 딱히 할 게 없던 나는 야경 구경겸 자전거와 카메라를 들고 엑스포로 나갔다. 엑스포로 나갔더니 직원이 엑스포 내에서는 이륜차는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였고, 나는 할 수 없이 엑스포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카메라만 들고 들어갔다.




 너무 어두운 밤이여서 그런지 사진 찍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로등이 있고 천장에 전광판이 있어 밝다고 하지만 사진을 찍기엔 내 실력에 한계가 조금 있는 거 같다. 

 엑스포 안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왔거나 연인들 밖에 없었다. 밤이다 보니 뭐 딱히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생각난 것이 '엑스포 안 이륜차&자전거 통행금지 이면 나는 다음날 아침에 어떻게 엑스포에서 배를 타야하지?'하는 생각에 근처 직원에게 물었고, 자전거는 엑스포를 돌아서 터미널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다.

 나는 다음날 아침 길을 빨리 못 찾을 수 있을 위험에 대비해 저녁에 직원이 안내해 준 길을 먼저 가보았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내가 들어오고 얼마 안 있어 다른 사람들도 들어왔다. 다들 여수를 한바퀴 돌아보고 온 사람들이어서 나는 뭔가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나보고도 어디가냐고 물어봐서 제주도에 자전거 타러 간다고 했더니, 어떤 한분이 자기도 제주도 빼고 국토종주 했는데, 제주도 자전거 길 평이 별로 좋지 않아 제주도 가려다 포기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나 보고는 어디 가봤냐고 묻길래, 아직 제대로 돌아본 곳은 없지만 낙동강 자전거 길을 타본 적은 있다고 얘기하며, 자전거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낯가림이 있어 먼저 대화 거는 것을 잘 못한다. 그런데 먼저 말을 걸어줘 너무 고마웠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어떤 코스는 힘들고 어떤 코스는 편한지 어떻게 가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지 등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 하다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 나는 먼저 잠을 청하기로 하고 했다. 그러고 하나 둘 다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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