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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25 하늘로 떠난 건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그룹 GOD가 처음 불렀던 '길'입니다. 
특히 비긴어게인에서 불렀던 '길'을 좋아합니다. TV 시청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합니다만, 비긴어게인은 '본방사수'를 하려고 했고, 엄마가 그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고를 당하고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누워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엄마, 아빠, 형은 여러 차례 유튜브를 찾아서 비긴어게인에 나오는 '길'을 틀어주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와 병원 3층 복도를 엄마, 아빠와 함께 지킬 때, 15분 짧은 면회시간에 형은 울먹이면서 제 귀에 대고 '길'을 불러주었습니다. 

아빠는 사실 이번 사고가 아니었으면 제가 '길'이란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음치인 아빠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듣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유난히 좋아했던 것은 노래 가사에 나오듯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지금까지 내내 '내 길'을 찾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 처럼 자신의 길을 찾아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는 아주 많이 공감되는 노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오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에 끝에서 내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위한 꿈인가
그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이 노래 가사처럼 저도 제가 가는 길이 어딘지 알 수 없었지만 열심히 걸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길을 찾는 제 걸음이 느리다며 자주 재촉하였지만, 저는 "이게 정말 나의 길"인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서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길을 걸었습니다. "이게 정말 나의 길"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빠나 엄마의 기대만큼 빠르게 걷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걸음을 멈춘 적은 없습니다. 

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만...

엄마, 아빠는 제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였습니다. 아빠는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이런 저런 노력을 많이 하였습니다. 여덟 차례 참여한 자전거 국토순례, 백두산 자전거 여행, 지리산 등반, 발리 여행, 태국 여행, 일본 여행, 필리핀 꿈꾸는 청년 봉사단 활동 그리고 제가 혼자서 다녀온 제주도 라이딩 같은 것은 모두 엄마, 아빠가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경험 쌓기였답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두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체험을 하면서도 좀 처럼 배움이 쉽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청년이 되었을 때는 그때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남곤하였답니다. 

제가 하늘나라로 떠날 때, 엄마, 아빠가 가장 후회한 것은 그냥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했어야 하는데 왜 못하게 막았을까 하는 후회였습니다. 서울에 놀러 갈 수 있게...용돈도 더 넉넉히 쓸 수 있게...갖고 싶은 것 가질 수 있게 못해준 것을 많이 후회하였습니다만,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세상 누구도 심지어 저 자신 조차도 제가 이렇게 훌쩍 하늘나라로 이사하게 될 줄을 몰랐다는 것을. 

엄마, 아빠가 안 된다고 한 것들은 대부분 제가 더 상처 받고 주눅들까봐 못하게 한 것들이고, 넉넉한 용돈을 주지 않은 것은 제 미래를 준비하는 종잣돈을 만들어주시려고 그랬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에게 후회할 실 일이 아니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스물 네살 짧았던 세상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노래말의 끝 구절처럼 제 길의 끝까지 걸어가보지 못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엄마, 아빠는 하루 15분 짧은 면회를 들어오면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하루 밤을 보낼 때도 엄마는 저에게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제가 아기 때 저를 안고 불렀던 노래들입니다.  '섬집 아기'와 "은자동아 금자동아'를 불러주며 엄마, 아빠는 많이 울었습니다. 

형과 제가 태어났을 때 모두 출산 휴가만 마치고 일터로 갔던 엄마는 미안한 마음이 담긴 '섬집 아기'라는 노래를 참 많이 불러주었습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갈 때,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배고 스르르러 잠이 듭니다." 하는 이 구절에 특히 마음이 많이 갔던 모양입니다. 저를 두고 매일 아침 일터로 나가는 모습이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빠가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여러 번 눈물을 흘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미 들을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많이 다녔지만 엄마, 아빠의 노래 소리를 귀가 아니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가슴에 얼굴을 묻고 불러주는 엄마의 노래를 온 몸으로 듣고 또 들었습니다. 

 

※ 스물 네살, 짧은 생을 살다 떠난 저를 위해 제 아빠가 쓰는 이건호 이야기입니다. 

Posted by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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