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2번째 날. 아침의 날씨는 매우 흐렸다. 날짜로는 15일 이었던 이 날은 제주도에 비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인지 날씨는 정말 많이 흐렸다. 이 날 원래 계획은 모슬포 항에서 마라도를 가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비도 오고 안개도 짙어 마라도 가는 것을 포기하고 서귀포시까지 달렸다. 이날 안개도 짙었지만 코스도 도와주지 않았다. 둘째 날 자전거를 조금 무리하게 탔는지 약간의 오르막에도 정말 힘들었다. 평지도 아닌 것이 가파른 오르막도 아닌 그런 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자전거를 타본 사람은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바람도 많이 불었고, 정말 최악의 날씨였다. 힘들지만 약간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폐달을 밟았다. 오르막길을 다 오르고 보니 내가 오던 길은 송악산을 오르는 길 이었다. 그 길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서귀포시에 제대로 들어섰다. 그리고 무슨 관광지를 지나 왔는데 사실 자전거에 내려 구경하고 싶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날씨도 별로였고 몸도 좋지 않아 그냥 밥을 좀 괜찮은 걸 먹고 싶다는 생각 뿐 이었다.

 그렇게 달려 점심시간이 되었다. 가는 길에 칼국수 집이 있어 들어갔다. 평소 면을 좋아하던 나는 밥보다 면이 더 먹고 싶었다. 아마 전날 제대로 못 먹어서 맛있는 것이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들어가서 감자옹심이손칼국수를 시켰다. 감자옹심이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일단 시켰다. 제주도에서 새로운 것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는 마음 이였기 때문에 일단 시켰다. 처음엔 보리밥을 주었다. 보리밥에 물김치를 잘라 고추장에 비벼 먹으라며 주었다. 나는 너무나 배가 고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추장이 좀 매웠긴 했지만, 내가 원래 매운 걸 잘 못 먹는 편이어서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태봉고를 다닐 때 제주도 이동학습으로 왔었지만 강정마을은 한번 도 방문한 적이 없어 처음으로 갔다왔다. 강정마을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평소 sns 또는 뉴스를 통해 해군기지건설 반대에 관한 자료는 많이 봤었지만 직접 가서 보는 거와는 많이 달랐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해군기지건설 반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그 사이에 세월호 노란리본도 그려져 있었다 강정마을을 지나오면서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에 젖어 강정마을에 있는 공원에서 30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강정마을을 지나면서 사람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외국인들이 이런 마을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지 참.... 창피하다.

 이후 나는 얼른 슬로우시티 게스트 하우스를 향해 갔다. 천지연 폭포도 들리려 했지만, 천지연 폭포에 도착하기 전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그냥 게스트하우스를 들어가기로 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간 시간은 약 5시였고,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의 실내 내부 모습이다. 셋째 날 묵은 이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 게스트하우스는 남녀혼숙이라는 점이 첫 여행인 나에겐 조금 신기한 경험 이었고, 말이 안 통했던 나는 그저 친구나 가족과 통화하거나 카톡하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른 전날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사람도 다양하게 많이 있었지만 언어가 되지 않아 심심한건 똑같았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음 먹은 것은 정말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겠다. 국외든 국내든 영어는 어딜가나 쓸데가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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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6시 반쯤에 기상하여 대충 세수만 하고 나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온 나를 반기는 맑은 날씨와 햇살을 받으며 여수 엑스포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엑스포역 옆에 위치한 여객 터미널에서 나는 8시 30분 배를 탔다. 배 안의 시설은 작은 카페와 뷔페 느낌의 식당이 하나 있었다. 매점은 당연히 있었고, 위층에는 오락실도 있었지만 이용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탔던 날엔 선내 공연이 있었고, 나는 공연을 즐기기 보단 선상에서의 아침을 즐기고 객실로 돌아와 시간을 보냈다.

 13시30분. 배가 제주도 연안에 도착했다. 금방 내릴 거 같아 짐을 챙겼다. 하지만 연안에서 3~40분 가량 머물더니 내리고 난 시간은 14시 30분 이었다. 원래 집에서 짠 계획은 13시 30분에 내려 제주도 연안항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조금 늦게 내리는 바람에 점심을 포기하고 그냥 자전거를 탔다.

 항에서 나와 길을 가는데 ! 어째서! 하필! 내 첫 여행에! 도로공사를 하냐고!!’라는 생각을 하며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전날 밤 국토종주를 했다는 분의 말이 생각났다. “제주도는 길도 별로고 무엇보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타기 힘들고, 자전거 여행에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저는 제주도 종주를 포기했었거든요...” 라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보낸 어떤 관광객 형의 말에 나는 괜찮을 거라고 대답했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마음을 뿌리치고 고등학교 때 제주도 이동학습을 했던 길을 생각하며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길을 달리면 달릴수록 여수에서 만났던 분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왜냐하면 자전거 도로에 갓길 주차마냥 불법주차가 많아 자전거 여행객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가야하는 일이 계속 되었다. 짐을 싣고 가던 나는 조금은 불안한 감을 가지고 계속 달렸다. 그래도 중, 고등학교 때부터 자전거 국토순례를 했던 경험이 있고, 평소 아침에 매일 수영을 다녀서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러다 첫 여행 제주도에서 첫날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화장실을 잠시 갔다 온 사이 가방에 있던 지갑을 털린 것이다. 물론 지갑에는 현금 5만원 정도 있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른 비상금들은 각각 가방에 분산 되어 있었고, 카드와 보안카드, 면허증 같은 경우는 내 휴대폰 지갑 안에 들어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래도 첫 여행에 지갑을 털려서 인지 점심도 잊고 약 1시간 가량을 넋 놓고 그냥 길 따라 자전거를 달렸다. 사실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화장실을 다녀온 후 약 20km를 더 달리다 배가 너무 고파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지갑을 찾다 그때서야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눈치를 챈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넋을 놓고 달려서 인지 주변 사진은 찍지 못했다.

이후 일단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가족들에게 알리고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 아직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할 곳이 많고 방문하려고 하는 곳이 많이 있는데지갑 잃어버린 걸로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에 정신차리고 다시 달렸다.

 식당에서 밥을 못 먹어서 인지 너무 배가 고팠다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오늘은 원래 텐트치고 야영을 할 계획이었다그래서 지갑은 잃어버렸지만 여행을 즐기기 위해 편의점에서 김밥과 라면 그리고 음료수를 사서 자려고 했던 수월봉으로 향했다거리뷰 상에서의 수월봉은 정자가 있어 텐트를 치고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았다그래서 조금 더 힘내 달렸다

 수월봉이 아무래도 이다보니 올라가는 경사가 굉장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정말 각도가 화려했다. 자전거에 짐도 달려 있어서 무게 중심이 뒤로 가 있는 상황에서 정말 타기 힘들었다. 그래도 거기만 올라가면 해 지는 노을도 보고 좀 힐링을 하면서 잘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천천히 한발 한발 폐달을 밝고 올랐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나는 뿌듯함보다 멘붕을 먼저 받았다. 올라갔더니 수월봉은 공사중 이었고, 잘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일단 지갑을 잃어버렸던 충격이 있어서 인지 정신 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수월봉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는 다음 날 가려 했던 모슬포 항까지 20km를 이 날 추가적으로 더 달렸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배에서 내리는 시간도 1시간이 더뎌지고 길도 별로 안 좋고 더군다나 잠시의 실수에 지갑도 잃어버리고, 원래 야영 하려고 했던 곳은 공사중이고, 굉장히 멘붕의 연속인 하루였다. 추가적으로 더 달리게 된 20km의 거리는 너무 지처버린 나한테 굉장히 먼 거리였다. 평소 상태였다면 20km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였으나, 너무 지쳐있던 나에게는 굉장히 먼 거리였다.해가 지는 모습이다. 정말 이뻤다. 멘붕이 온 나에게 따뜻한 위로같았다.

 하늘은 이런 나에게 보상 해주 듯 멋진 야경을 보여주었고, 밤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모슬포 항 주변에는 해수욕장과 함께 야영장이 있었는데, 나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해도 떨어진 후였고, 혼자 텐트 치기엔 너무 정신적으로 힘들어 야영장 주변에 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둘째 날이 흘러 갔다. 제주도에서 다녀오고 5일이 지난 23일 제주 경찰서로부터 우편물을 받았는데, 그 안에는 나의 신분증과 지갑이 있었다. 너무나 행복했다.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고 내 지갑을 찾아준 제주서부경찰서 생활질서계에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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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는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졸업 이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지내며,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5월 연휴기간에 아빠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씀 하셨고, 나는 아무래도 혼자 하는 첫 여행이다보니 두려움 반 설렘 반 이었다. 첫 여행이어서 정말 꼼꼼하게 짰다. 코스를 짜고 저녁은 어떻게 먹을건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전부 계산하여 준비했다. 13일부터 18일까지의 5박6일의 여행이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것만이 아니라 중간엔 야영도 할 계획으로 텐트와 침낭도 들고 갔다.

준비 기간으로 부터 1주일이 지나고, 13일 오후에 짐들을 가지고 마산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마산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여수로 가는 이유는 작년부터 부산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가 없어졌다. 그래서 여수 엑스포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엔 배 자리가 없었는데 여수 엑스포 여객선 터미널에는 자리가 굉장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여수로 가는 것이다.













 여수에 도착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내가 이번에 묵었던 곳은 24guesthouse 라는 곳 이었는데 원래는 엑스포 안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려고 했으나 여수엑스포게스트하우스는 예약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엑스포 맞은편에 있는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게 되었다.

 내가 자는 객실은 4인 남성 도미토리룸 이었다. 첫 여행이다보니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룸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 지냈던 터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처음 내가 들어갔을 땐 방에 아무도 없었다.

 2층 침대가 2개가 있고 각 방마다 와이파이(WIFI) 가 있어서 굉장히 편안했다. 문 앞에 있는 침대 2층이 내 자리였다. 괜찮은 시설에 카운터에 계시는 직원분의 친절함도 별 5개 만점을 주고 싶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짐을 대충 풀고 엄마와 통화 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은 엑스포 주변으로 식당을 검색했고, 혼밥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많은 식당들이 문 닫은 곳이 많았으나 다른 블로그에 올려져 있던 식당은 다행히도 열려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블로그 평에서는 음식이 많이 짜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조금 짜게 먹는 편이기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일반 백반을 시켰는데 김치찌개와 함께 미역국이랑 여러 밑반찬이 나왔다. 다른 블로그의 평 대로 정말 짰다. 매운 걸 잘 못먹는 나에겐 정말 맵고, 짜서 힘들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다보니 맛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며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랑 후식을 좀 먹을까 생각도 했지만 여행 첫날부터 돈을 많이 쓰는 건 아닐 거 같다는 생각에 그냥 밥만 먹고 숙소로 들어왔다. 들어와서도 딱히 할 게 없던 나는 야경 구경겸 자전거와 카메라를 들고 엑스포로 나갔다. 엑스포로 나갔더니 직원이 엑스포 내에서는 이륜차는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였고, 나는 할 수 없이 엑스포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카메라만 들고 들어갔다.




 너무 어두운 밤이여서 그런지 사진 찍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로등이 있고 천장에 전광판이 있어 밝다고 하지만 사진을 찍기엔 내 실력에 한계가 조금 있는 거 같다. 

 엑스포 안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왔거나 연인들 밖에 없었다. 밤이다 보니 뭐 딱히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생각난 것이 '엑스포 안 이륜차&자전거 통행금지 이면 나는 다음날 아침에 어떻게 엑스포에서 배를 타야하지?'하는 생각에 근처 직원에게 물었고, 자전거는 엑스포를 돌아서 터미널로 가는 길이 있다고 했다.

 나는 다음날 아침 길을 빨리 못 찾을 수 있을 위험에 대비해 저녁에 직원이 안내해 준 길을 먼저 가보았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내가 들어오고 얼마 안 있어 다른 사람들도 들어왔다. 다들 여수를 한바퀴 돌아보고 온 사람들이어서 나는 뭔가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나보고도 어디가냐고 물어봐서 제주도에 자전거 타러 간다고 했더니, 어떤 한분이 자기도 제주도 빼고 국토종주 했는데, 제주도 자전거 길 평이 별로 좋지 않아 제주도 가려다 포기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나 보고는 어디 가봤냐고 묻길래, 아직 제대로 돌아본 곳은 없지만 낙동강 자전거 길을 타본 적은 있다고 얘기하며, 자전거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낯가림이 있어 먼저 대화 거는 것을 잘 못한다. 그런데 먼저 말을 걸어줘 너무 고마웠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어떤 코스는 힘들고 어떤 코스는 편한지 어떻게 가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지 등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 하다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 나는 먼저 잠을 청하기로 하고 했다. 그러고 하나 둘 다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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